창업을 건축에 비유하자면 예비창업자가 점포를 임대한다는 것은 토목공사에 해당된다. 건물을 짓기 위해 시작하는 기초 토목공사가 부실하면 제아무리 설계도면이 좋아도 튼튼한 건물은 애시당초 짓기 어려워진다. 마찬가지로 예비창업자가 점포를 임대함에 있어서 하고자하는 창업아이템의 지리적 사업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부실한 점포를 임대한다면 이미 토목공사부터 잘못된 공사를 시작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렇듯 창업에서 성공을 위해 점포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 중요하기에 많은 예비창업자들은 오늘도 발품을 팔며 다양한 점포를 신중하게 알아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비창업자들이 애시당초 잘못된 점포를 선택할 확률은 상당히 높다. 그런 부정적인 확률을 높이는 요인들을 살펴보면 본인의 점포를 보는 안목부재, 상권의 변화 등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할 수 있겠지만 그 중 무시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공인중개업소의 중개방식에 대한 이해의 부재를 들 수 있다.

공인중개업소는 세상의 모든 점포를 취급하는 직업이 아니다. 자신에게 중개의뢰된 점포들만을 취급하며 하루라도 빨리 중개해야 수입이 생기는 직업이다. 그렇게 중개의뢰된 점포들이 모두 사업성이 뛰어난 점포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문제가 시작된다. 사업성이 뛰어나지 못한 점포들도 중개해야 수입이 생기는 직업의 특성상 점포를 중개할 때 해당 점포에 대해서 과장된 표현이나 과장된 사업전망을 덧붙이기 십상이다. 이런 상황을 이해한다면 중개업소의 설명만 믿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행위이고 해당 점포에 대한 직접 검증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된다.

점포에 대한 설명이나 사업적인 추측은 그렇다치고 점포중개 과정에서 최근 들어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바로 권리금 부분이다. 대개의 예비창업자들이 생각하는 권리금은 현재 점포소유자가 희망하는 최소 양도조건으로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그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재 점포주가 제시하는 권리금에 일부 중개업소가 중개수수료와 무관하게 자신들이 적게는 몇 백만원에서 많게는 몇 천만원까지 추가로 금액을 올려서 부르는 경우가 의외로 빈번하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창업자금 마련에 고통을 겪고있는 예비창업자들에게는 창업을 해보기도 전에 생명같이 소중한 자금이 의미없이 공중분해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일부 중개업소의 이런 비양심적인 행위가 권리금에 대한 중개업법상 불법이 아니며 행정처분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은 예비창업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필자의 시각에선 안타깝기 그지없다. 현재 점포를 임대로 내놓고 있는 현직 자영업자분들에게 부탁한다. 제발 점포임대를 중개업소에 의뢰할때 ‘내 손에 얼마만 쥐어주고 나머진 알아서 하라’라는 조건으로 점포를 내놓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당신의 그 한마디가 새로이 창업을 시작하는 예비창업자들에게 그대로 비수가 되어 돌아갈 것이고 언젠가 당신도 그 비수를 맞을 것이다.